본문 바로가기

About Me../마음의 양식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저 (발췌)



(발췌1)

특이한 음악가  피스토리우스로부터 ...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로 가는 길 위의 또 한 걸음이었다. 나는  당시에 열여덟 살의 평범치 않은 젊은이였다.

수백가지 일에 조숙하고, 다른 수백가지  일에서 몹시 뒤처지고 무력했다. 때때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  자주 우쭐하고 교만했으나, 또 꼭 그만큼  자주 의기소침하고 굴욕스러워했다.  어떤 때는 자신을  천재로 생각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절반쯤 돌았다고 생각했다. 또래들의 기쁨과 생활을 같이  하는 것이 잘 되질 않
았고, 자주 비난과 근심으로 자신을 소모했다. 마치 내가 절망적으로 그들로부터 떨어져 있기라도 하듯이, 마치 내게 삶이 닫혀져
  있기라도 하듯이.

.......

 

아직  어디서 무얼 해야 할 지  몰랐다.

코 밑에는 작은 수염이 자랐다.  나는 성인이었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무력했고 목표가 없었다. 단 한 가지,  내 속의 목소리, 그 꿈의 영상만 확실했다. 그 영상의 인도에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임무를 느꼈다. 그리고 날마다 나는  반항했다.

내가 돌았나보다고 때때로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은 걸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해내는 것은 나도 모두 할 수 있었다. 약간 열심히 애쓰면 플라톤을  읽을 수 있었고, 삼각법 과제를 풀거나  화학 분석을 따라갈 수 있었다. 단 한 가지만  나는 할 수 없었다. 내 안에 어둡게 숨겨진 목표를 끌어내어 내  앞 어딘가에 그려내는 일,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될 것이며, 그러자면  얼마나 걸리고, 그것이 어떤  장점들을 가질 것인지 정확하게
아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려내는 일, 그것은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나도 언젠가 그런 무엇이 될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내가 그걸 안단 말인가. 어쩌면 나도 찾고 또 계속  찾아야겠지. 여러 해를, 그러고는  아무것도 되지 않고,  어떤 목표에도 이르지 못하겠지.  어쩌면 나도 하나의  목표에 이르겠지만 그것은 악하고, 위험하고, 무서운 목표일지도 모른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

 

 자네가 죽이고 싶어하는 인간은 결코 아무개 씨가 아닐세.

그 사람은 분명 하나의 위장에 불과할 뿐이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피스토리우스

 

 (발췌2)

 「그건,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더라....너 그런 연습 한번도 안 해봤어?」
 

그 연습에 대하여 호기심어린 질문을  하자 그가 처음에는 뭔지 숨기는 듯 알 수 없이 굴어서, 마침내 나는 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가 주섬주섬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질문을 가볍게 해주려고 했다. 그러자 곧 그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관심사를 들고 왔다.


  「너도 금욕을 하지?」그가 나에게 불안스럽게 물어왔다.


  「무슨 뜻이지? 성문제 말인가?」


  「그래, 그래. 나는  지금 이 년째 금욕을  하고 있어, 그 학설에 대해  알고 난 다음부터야. 그 전에는 죄를 지었더랬어. 너도  벌써 알겠지만. 너는 그러니까 여자하고 잔 적이 없지?」


  「없는데」내가 말했다.「그럴 상대를 못 찾았어」


  「그러나 만약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아내고 맞는 상대라면, 그렇다면  그 여자하고 자겠구나?」


  「그래, 물론이야. 그 여자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말이야」내가 약간 비꼬듯 말했다.


  「오, 그 점에서 길을 잘못  들어선 거야! 내면의 힘은 완전히 금욕을 할 때만 키울 수 있어. 나는  그렇게 했어. 이 년 동안. 이 년하고도 일  개월 조금 더 됐지! 그건 참 힘들어! 어떤 때는 거의 견딜 수 없을 정도야」


  「아봐, 크나우어, 난 금욕이 그렇게 대단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나도 알아」그가  방어했다.「다들 그렇게 말하지. 그래도  너는 안 그럴 줄 알았어. 좀더 높은 정신적인 길을 가는 사람은 늘 몸이 정결해야 해, 반드시!」


  「그래, 그래, 그렇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난 이해하지 못하겠어. 자신의 성을 억누르는 사람이  왜 다른 사람보다 <더  정결하다>는 건지. 아니면  너는 성을 모든 생각과 꿈에서도 배제해 버릴 수 있다는 거니?」


  그는 절망적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하느님 맙소사, 그렇지만  그래야만 해. 나는 밤에 꿈을 꿔, 나 자신한테조차도 이야기 할 수 없는 꿈을 꾸는 걸!  무서운 꿈이라구!」


나는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가 나에게서 충고를 구했는데, 아무런 해줄 말도 없다는 사실에 굴욕을 당한 느낌이었다.


  「나는 별별 시도를 다 해봤어!」 크나우어가 내 곁에서 탄식을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 냉수욕, 안력 훈련,  체조, 달리기. 그러나 다 아무 소용 없었어. 밤마다 생각도 해서는 안  되는 꿈을 꾸다가 화들짝 깨어나곤 해. 끔찍한 것은, 그러다 보니  내가 정신적으로 배워놓은 모든것이 내게서 차츰  다시 없어지는 거야. 그러고 나면 그때부터는 아무리해도 집중하거나 잠들 수 없어. 자구 누워서 밤을 꼬박 새워. 그것을  결코 오래 견뎌내지 못하겠어. 마침내 내가 그 싸움을 해낼 수 없으면, 내가  항복하여 다시 자신을 더럽히면, 그 다음에 나는 한 번도 싸워본 적 없는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더 나빠. 이해하겠니?」


  나는 끄덕였지만 해줄 말이 없었다. 그가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그가 공공연하게 드러낸 괴로움과 절망이 나에게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것에 내심 놀랐다. 나의 느낌은 다만, 난 너를 도울 수 없어, 라는 것이었다.


  그가 마침내 기진맥진하여  슬프게 말했다. 「그러니까 넌 전혀  모르는 거지? 전혀 모르겠다고? 그래도 뭔가 길은 분명 있을 거야! 넌 대체 어떻게 하지?」


  「아무것도 말해 줄 수 있는 게 없구나, 크나우어. 사람들은 그런 일에서는 서로 도울 수가 없단다. 나를  도와준 사람도 아무도 없었더. 네 스스로 생각해 내려고 애써야해, 그러고는 정말로  네 본지로부터 나오는 것, 그걸 하면돼.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단다. 네가 네 자신을  찾아낼 수 없으면, 다른 영들도 찾아낼 수 없다고 생각해」


  실망하여 갑자기 말을  뚝 끊더니 그 작은 녀석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의 시선이 갑작스러운 증오의 빛을  띠며 이글이글 타올랐다. 나에게 얼굴을 찡그리더니 노하여 소리쳤다.

 

「아, 너야 멋진  성인이시지! 너도 죄를 짓겠지, 알아! 너는 마치 현인처럼 굴면서 남몰래 나나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더러운 것에 매달리는 거지! 넌 돼지야, 돼지, 나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두 다 돼지야!」


  나는 그를 세워둔  채 떠났다. 그는 두세  걸음 나를 따라오더니, 그 다음에는 그대로 뒤를 멈추었다가, 몸을  돌려 달아났다. 연민과 혐오의 느낌으로 속이 메슥거렸다.

(발췌3)

 “연대란” 데미안이 말했다. “멋진  일이지. 그러나 지금  도처에 만발해 있는 것은 전혀  연대가 아니야. 진정한 연대는,  개개인들이 서로를 앎으로써 새롭게 생성될 것이고,

 

한동안 세계의  모습을 바꾸어놓는거야. 지금 연대라며 저기 저러고 있는 것은 다만 패거리짓기일 뿐이야. 사람들이 서로에게로 도피하고 있어.


서로가 두렵기  때문이야. 신사들은 신사들끼리, 노동자는  노동자들끼리, 학자는 학자들끼리! 그런데  그들은 왜 불안한 걸까?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그들은 한번도 자신을 안 적이 없기 때문에 불안한 거야.

 

그들은 모두가  그들 삶의 법칙들이 이제는 맞지 않음을, 자기들은 낡은 목록에 따라 살고 있음을 느끼는  거야.

 

종교도, 도덕도, 그 모두가 이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에 맞지 않아.  백 년 그리고 그 이상을  유럽은 그저 연구만 하고 공장이나 지였지. 사람들은 정확히 알아. 사람 하나 죽이는 데 확약이 몇 그램 필요한지.  그러나 어떻게 신에게 기도해야 하는지는 모르지.

 

어떻게 한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걸. 

저런 대학생들 술집을 한 번 봐! 아니면 부자들이 가는 유흥장들을 봐! 절망적이지! 이봐 싱클레어, 그 모든  것에서는 진정한 명랑함이 나올 수 없단다.

 

저렇게 겁을  먹고 서로 뭉친 사람들은 두려움과 악의로 가득 찼어.

아무도 남들은 신뢰하지 않아. 그들은 이제는 더 이상 이상이 못 되는  이상들에 매달려 있어.  그러면서 새로운 이상을  내세우는 사람에게는 돌을 던지지.

 

싸움이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감지해. 싸움들이 다시 벌어질 거야.
날 믿어. 곧 벌어진다구! 물론 그것들이 세계를 개선하지는 못하지. 노동자들이 그들의 공장주를 쳐죽이든지, 혹은 러시아와 독일이 서로 총질을 하든지, 주인만 바뀌겠지.

 

그러나 헛된 일은 아닐 거야. 오늘날의 이상이 얼마나 갈 수 있는지 밝
혀지겠지. 석기 시대의 신들을 청소하게 되겠지. 지금 있는 대로의 이 세계는 죽으려고 하고 있어. 멸망하려 하고 있어. 그리고 멸망할 거야“




헤르만 헤세 저; 데미안 中에서

 

 


최근에 읽은 책은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지구별 여행자]

동경대학교 출신의 1978년생 젊은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의 [번뇌리셋]

모두 마음에 관련된 책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세계를 대표하는 문학인 만큼, 내면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 싱클레어의 방황은 내 것과 별반 다를게 없는 것이었다..

 이 기분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