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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e../마음의 양식

손석희입니다

[2006. 12. 3. 자 손석희씨의 글]


오랜만에 제목란에 제 이름을 올려봅니다.
저 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글을 올려주시는데 묵묵부답으로 있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우선이고, 그저 허심탄회하게 청취자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그 다음입니다.

3년쯤 됐던가요. 제가 아침에 깜빡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한 5분 지각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사장께서 '그 동안 상도 받았으니 벌도 받아야지' 하면서 징계를 내린 바 있습니다. 많이 서운했고 후배들 보기에도 부끄러웠습니다. 회사가 참 야박하다 느껴지기도 했지요. 제깐에는 열심히 해왔는데 5분 늦었다고 징계라니...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벌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더는 회사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 벌은 제 실수를 탓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주마가편의 의미로 지금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종부세 관련 인터뷰 이후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청취자 분들이 참 야박하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제깐에는 그래도 그 동안 열심히 소외된 분들 편을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의 인터뷰로 저를 그토록 부자 대변인으로 몰아세우시니 많이 서운했습니다. 금요일에 해드렸던 해명도 일부 인터넷 언론에서는 제가 종부세 대상자가 아니라는 게 그렇게 중요했던지 그것만 강조하는 바람에 꼴이 좀 우스워졌더군요.(남 탓은 그만하겠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늘 좀더 생각한 끝에 제 생각을 마저 정리했습니다. 빈부의 차이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제가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없는 분들께는 박탈감을 안겨드렸을 것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청자이신 김용하씨께서 게시판에 '차가운 지식인보다는 따뜻한 가슴이 그립다'란 글을 올려놓으셨더군요. 무결점의 제도를 요구하는 것은 차가운 지식이지만, 제도 밖의 소외된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은 따뜻한 가슴이겠지요. 종부세라는 제도 안에서만의 문제를 파고 들다보니 제도 밖에서 박탈감을 느끼시고 계실, 정작 제가 기꺼이 편을 들어드려야 할 분들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서운하고 마음 아프셨을 청취자 분들께 미안하고 제 마음도 무척 무겁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참으로 허물이 많습니다. 그 동안 다른 일로도 이런 해명을 너댓번은 한 것 같군요. 대개 인터뷰 후에 여러가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었습니다. 물론 이번 일과는 종류가 좀 달랐기는 합니다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기를 저도 진심으로 바랍니다.

따가운 질책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서운함을 누르고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 모든 것이 시선집중에 기대하는 바가 크시기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제 개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선집중이란 프로그램이 여러분께 함께가는 동반자로서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시선집중 게시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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